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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티벳

샹그릴라로 가는 길, 티벳 여행기 6(完)




 이른 아침 아니 새벽이라고 불러도 좋을 시각에 우린 어둠을 뚫고 시가체를 출발했다. 오늘은 초모랑마 그러니까 에베레스트산의 베이스캠프(이하 E.B.C.)까지 가야했기에 서둘러야 했다. 이른 아침 티벳의 하늘은 우중충하다. 오늘은 특히나 어두운 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그러한 풍경을 뒤로하고 우리를 태운 차는 쉼없이 비포장길을 달린다. 중간에 라체(Lhatse)에 들려 점심식사를 하고 또다시 달린다. 그러던 어느 순간 우린 고불고불한 언덕을 올라 갸쵸라(Gyatso-la)에 이르렀다. 이곳의 고도는 해발 5220M. 차에 내리니 우리보다 먼저 도착한 선객들이 기념사진을 찍기 바쁘다. 우리도 이곳에 내려 주변의 풍경을 감상하며 기념사진을 몇장 남기고 이내 다시 출발한다.


 쉐가르(Shegar, 뉴 팅그리로 알려진 곳, 우리처럼 라싸에서 장무로 가는 일정을 2박 3일로 잡은 경우 쉐가르를 그냥 거쳐 가지만 장무까지 3박 4일 일정을 잡은 경우엔 보통 쉐가르에서 숙박을 하고 다음날 E.B.C.로 향한다.)에 들려 E.B.C 입장권을 구매하고 차는 계속 달린다. 작은 검문소를 거쳐 E.B.C.로 향하는 우리를 맞이하는 건 거칠게 퍼붇는 비였다. E.B.C.를 가는 도중 초모랑마를 비롯한 히말라야의 고산들을 볼 수 있는 전망대에 도착했지만 흐린 비구름에 히말라야의 고산들은 그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었다. 과연 내일 E.B.C.를 가서 초모랑마의 모습을 볼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섰다.


 E.B.C.에 거의 다 와서 우린 차에서 내려야 했다. 이곳부터는 일반차량으로는 갈 수 없다고 한다. 초모랑마는 자연보호지구이기 때문에 이곳에서부턴 정해진 차량을 타고 롱북사원(Rongbuk Monastery, 해발고도 5030m) 으로 향해야 한다고 한다. 웃기는 건 롱북사원을 떠날 땐 우리가 탔던 차량이 롱북사원까지 들4어와 있다는 거. 아무튼 롱북사원으로 가기 위해 자리를 이동하는데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와중에 한편에서 쌍무지개가 떠오른다. 내일 날씨는 왠지 좋을 거 같았다. 하지만 롱북 사원으로 가는 차량안에서 밖을 바라보니 서서히 어둠이 깔리며 비가 더욱 거세지니 마음이 무거웠다. 롱북사원에 도착했을 땐 완전 어두운 밤이었다. 이곳에 도착해 우선 방을 잡고 식사를 하는데 속이 더부룩하다. 고도가 높아서인지 소화도 안되는 거 같고 잠도 안온다. 어렵게 잠을 자던 중 갑자기 일행중 한분이 심호흡을 하신다. 걱정이 되어 물어보니 잠을 자는데 숨쉬기가 힘들다고 하신다. 그렇게 우린 어렵사리 잠을 청했다.


다음날 일어나 밖을 나오니 하늘이 흐리다. 어제 내린 비때문인지 날씨는 굉장히 추웠다. 롱북사원에서 E.B.C.를 가기 위해선 마차를 이용해야 한다. 직접 걸어가는 서양 친구들이 보였지만 마차를 타고도 꽤나 시간이 걸린단 얘기에 우리 일행은 마차 2대에 나눠타고 E.B.C.로 향했다. 마차를 타고 가며 주변 풍경을 둘러보니 어제 도착했을 땐 밤이라 몰랐지만 주변의 풍경은 굉장히 거칠었다. 아마도 수목한계선보다 훨씬 높기에 그런 거 같았다. E.B.C.에 가까워지지만 주변의 풍경은 크게 바뀌지않고 하늘은 흐리기만 했다. 게다가 생각 이상의 추위에 우린 오들오들 떨어야만 했다. 


E.B.C.로 가는 길은 정말 흐린 하늘과 돌 그리고 추위밖에 기억이 안난다.


 E.B.C.에 도착했다. 그러나 초모랑마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우린 추운 날씨에 그런것도 잊고 급히 천막 하나를 골라 우선 다들 따뜻한 컵라면 하나로 추위를 녹였다. 어느 정도 추위를 녹이고 밖으로 나와보니 그때서야 주변이 제대로 눈에 들어왔다. 여행자들을 상대하는 천막들이 난잡하게 자리잡은 모습만이 눈에 들어올뿐이고 초모랑마의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우린 실망감에 바로 다시 롱북사원으로 돌아가기로 하고 우리가 타고왔던 마차의 마부를 찾아 다시 마차에 몸을 실었다.


 다시 롱북사원으로...


 실망감을 안고 롱북사원으로 향하던 중 어느 순간 하늘을 보니 푸른 하늘이 조금 모습을 드러낸다. 혹시나 하는 생각에 고개를 돌려 뒤를 돌아보니 서서히 구름이 걷히며 설산의 모습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그렇다. 바로 세상에서 제일 높은 곳, 초모랑마가 그 모습을 우리에게 드디어 드러내고 있는 것이었다. 그 기쁜 마음에 우린 잠시 마차를 멈추고 그 광경을 멍하니 지켜봤다.


 실망감을 안고 롱북사원으로 향하던 중 어느 순간 하늘을 보니 푸른 하늘이 조금 모습을 드러낸다. 혹시나 하는 생각에 고개를 돌려 뒤를 돌아보니 서서히 구름이 걷히며 설산의 모습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그렇다. 바로 세상에서 제일 높은 곳, 초모랑마가 그 모습을 우리에게 드디어 드러내고 있는 것이었다. 그 기쁜 마음에 우린 잠시 마차를 멈추고 그 광경을 멍하니 지켜봤다.



롱북사원에 도착해서 바라본 초모랑마. 



롱북사원에 도착해서도 우린 계속 초모랑마에서 시선을 뗄 수 없었지만 그 시간은 짧기만 했다. 이젠 이곳을 떠나야 한다. 이제 겨우 초모랑마의 모습을 확인했지만 오늘내로 우린 국경 도시인 장무(Zhangmu)에 도착해야 했다. 티벳에선 우기에 해당하는 여름인지라 짧게나마 초모랑마의 모습을 볼 수 있던게 행운인지 아니면 짧은 시간밖에 볼 수 없던게 불행일지 모르겠지만 아쉬움을 뒤로 하고 우린 차에 올랐다.


 E.B.C.를 출발해서 올드 팅그리(Old Tingri)에 이르는 길은 지금까지의 비포장도로와는 비겨도 안될정도로 거친 길이었다. 아니 과연 여기가 길이 맞는지 의문이 들 정도였다. 특히나 E.B.C.를 출발하고 그나마 제대로 된 비포장 도로가 나오기 전까지 우린 길의 흔적이라곤 타이어자국이 조금 보이는 곳을 달려야만 했다. 


어제 날씨와 다르게 오늘은 푸른 하늘을 볼 수 있었다.


 이제 어느 정도 비포장도로다운 길을 달린다싶을 때 우리옆을 말에 탄 티벳인 한명이 지나간다. 이 길을 달리며 간만에 만나는 스치던 인연이었다. 나는 그를 돌아봤고 그도 나를 돌아봤다. 


여기서부턴 그나마 달릴만 했다. 사진은 2박 3일동안 우리와 함께 했던 랜드크루저. 안전벨트따위 없다.


뒤를 돌아보는데 길의 흔적같은 건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올드 팅그링에서 잠시 간단하게 식사와 휴식을 취하고 다시 신나게 달리던 차가 갑자기 멈춘다. 타이어가 펑크난 것이었다. 그렇게 우린 의도치않게 길가에 잠시 주저앉았다. 기사 아저씨가 타이어를 교체하는 동안 몇대의 차가 우릴 지나간다. 시간이 조금 흘러 타이어 교체가 끝나고 우린 다시 차에 올랐다. 그렇게 얼마를 달렸을까? 지그재그로 된 고갯길을 올라 우린 라룽라에 올랐다.


 라룽라(Lalung-la)는 해발고도가 5200m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고개 중 하나다. 이곳에선 히말라야의 설산을 감상하기에 좋은 곳이라고 하는데 우리가 이곳에 도착했을 땐 아쉽게도 설산의 모습은 구름에 가려 그 모습을 어렴풋이 드러낼 뿐이었다.. 


 티벳의 바람이 잘 부는 어느 곳이나 마찬가지처럼 이곳, 라룽라에서도 오색 타르쵸가 펄럭인다. 이곳부턴 계속 내리막길이다. 이곳부터 니얄럄(Nyalam, 3750m)을 거쳐 장무(Zhangmu,2300m)까지 오늘내로 가야하는데 이제부터 대략 3000m를 몇시간동안 내려가는 것이다. 

 니얄람에 도착해 검문소를 지나니 조금씩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검문소를 출발해 다시 장무에 이르는 길. 그 길은 빗속을 헤쳐가는 길이었다. 하지만 난  그곳에서 너무나도 환상적인 풍경을 볼 수 있었다. 비가 내리고 구름에 뒤덮인 시야 사이로 마치 하늘에서 내리는 폭포같은 수많은 환상적인 폭포들과 그동안 티벳에서 볼 수 없었던 푸르른 나무들과 기암절벽들 그리고 요동치는 물소리. 그것은 산수화 아니 그것보단 마치 환상같았다. 나뿐 아니라 우리 일행 모두 그 광경에 넋을 잃었다. 지금 돌이켜 보건데 내가 후에 다른 여러 나라들을 여행하며 많은 좋은 풍경들을 봤지만 결코 이때의 광경에 비할 수 없었다. 그때의 내 기분은 꿈을 꾼 느낌이었다. 게다가 엄청나게 쏟아지는 빗속이었고 빠르게 달리는 차에서 사진을 찍는 것도 불가능해서 남겨진 사진조차 없었다. 그래서 더 꿈같았다. 우리 일행 모두 제대로 된 사진 한장 건질 수 없었다. 그래서 더 꿈같다. 하지만 그 광경은 죽는 날까지 잊지 못할 것이다. 이런 환상같은 풍경도 서서히 어둠에 잠식당했다. 어느새 주변은 완전히 어두워졌고 차는 전조등을 밝히며 어둠을 헤쳐 계속 꼬불꼬불한 내리막을 달렸고 우린 네팔과 접한 국경도시인 장무에 도착했다.


 장무는 중국의 국경도시로 네팔의 코다리(Kodari)와 국경을 맞대고 있다. 아침에 일어나 간단히 씻고 숙소를 나오니 이전의 티벳에서 느껴지는 풍경은 눈을 씻고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장무란 도시는 전혀 다른 느낌의 도시였다. 게다가 어제부터 느낀 것이었지만 니얄람 정도 내려오니 티벳에서 느꼈던 코안의 건조함이 완전히 사라졌다. 과장되게 말해서 코안이 촉촉해지는 느낌이었다.


 일행들과 함께 느긋하게 식사를 마치고 나니 다시 부슬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숙로를 돌아와 배낭을 메고 중국의 출국심사소쪽으로 향했다. 그곳에서 간단하게 출국심사를 받고 두 나라의 국경을 이루는 우의교로 차를 타고 얼마 가지 않아 우의교가 보인다. 사진을 찍으려 하니 중국 공안이 제지를 해 그냥 우의교를 건너 네팔 땅을 향했다. 중국에 있을 때 시각이 12시가 다 되어 가고 있었는데 네팔로 넘어가는 순간 우린 시계를 2시간 15분 전으로 돌려놨다. 신장위구르 자치구를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동일 시간대를 쓰는 중국과 네팔은 국경을 맞대고 있지만 시차가 무려 2시간 15분이나 나기에 생기는 일이었다. 국경심사소에서 30달라를 지불하고 비자를 받고 간단한 입국심사를 거쳐 드디어 네팔에 입성했다. 우린 수많은 삐끼들 중 하나와 따라 네팔의 수도인 카트만두로 가는 차를 타기 위해 흥정을 벌였고 몇번의 옥신각신 속에 흥정은 이루어지고 우린 차에 올랐다.


우의교에서 바라본 두 나라의 국경이 되는 강. 어제 내린 많은 비로 인해 물살이 거세다.


 차를 타고 스치는 네팔의 풍경은 티벳과는 완전히 달랐다. 산이 많은 건 공통된 사항이었지만 그 느낌이 달랐으며 이곳은 몬순의 영향으로 하루에도 수차례 비가 내려 주위가 푸르름으로 가득차 있었다. 티벳과는 달리 푸른 하늘을 볼 수 없어 아쉬웠지만 색다른 모습들이 내 눈을 즐겁게 해줬다.


 차를 타고 가던 중 기사 아저씨가 한쪽을 바라보며 손으로 가르킨다. 아저씨가 하는 말로는 네팔에서 제일 유명한 번지 점프대라는데 세계에서 두번째로 높은 곳이란다. 물론 나도 그 아저씨의 말이 사실인지는 모르겠다. 


 차를 잠시 멈추고 번지 점프대의 중앙으로 가려하니 철교가 흔들흔들한 것이 그냥 다리가 후들거린다. 철교 중앙에 서서 아래를 내려다 보니 까마득하다. 난 누가 돈을 준다고 해도 도저히 못뛰어내릴거 같았다. 멍하니 아래를 잠깐 보고 있으니 어질어질할 정도다


다시 카트만두를 향해...

 

 

 

 코다리를 떠나 카트만두에 도착하니 이미 늦은 오후였다. 밖은 폭우가 내리고 있었다. 숙소에 도착해 우선 몸을 씻고 비행기 리컨펌을 위해 로얄네팔 사무소로 향했다. 하지만 막상 도착하니 그날이 토욜일이라 업무는 이미 끝나있었고 우린 어쩔수 없이 공항으로 가 겨우겨우 리컨펌을 했다. 하지만 나중에 막상 비행기를 타니 비행은 반이상 텅텅 비어있어 이날의 삽질이 참으로 아쉬울 뿐이었다.



 다음날도 아침부터 부슬부슬 비가 내린다. 오늘이 사실상 네팔의 마지막 날이건만... 숙소에서 멍하니 밖을 보다 뭐 하나라도 좀 봐야겠다는 마음에 당시 숙소에서 가까운 거리에 있던 세계에서 가장 큰 불탑이라는 보우더너트를 보러 갔다. 비가 축축하게 내리는 상황이 상황이다 보니 사진을 찍기도 뭐하고 구경하기도 참으로 뭐하다. 그래도 아쉬운 마음에 보우더너트 주변을 조금 둘고 숙소로 돌아와 체크아웃을 마치고 카트만두의 여행자 거리인 타멜로 가 어제 예약했던 숙소로 짐을 풀고 라싸에서 카트만두까지 함께 했던 하선생님과 김선생과의 마지막 저녁식사를 하며 회포를 풀었다. 서로의 연락처를 나누고 나는 숙소의 내방으로 돌아와 내일 아침 일찍 비행기를 타야 했기에 짐을 완전히 꾸리고 옷도 입은채로 잠이 들었다.


 이른 아침 숙소를 나와 택시를 타고 공항에 도착해 간단한 출국심사를 거쳐 방콕행 로얄네팔 항공기에 올랐다. 비행기가 이륙한지 얼마 되지 않아 비행기 좌측으로 히말라야의 전경이 펼쳐진다. 그때 방송이 나오며 기장이 때마침 설명을 해주는데 영어도 짧은데다 산에 대한 지식도 부족한 나인지라 잘 이해가 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하나만은 확실했다. 내가 그때 창밖으로 보던 히말라야의 풍경은 너무나 아름답고 멋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