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쵸와 노불링카에서 실망을 안고 왔던 우리는 사몌(Samye)에 들려 일박하고 오기로 하고 승합차차를 하나 빌려 사몌로 떠났다. 이번 여행엔 남쵸 때 빠졌던 두 누나도 함께 했다. 사몌는 티벳 최초의 사원인 사몌 사원이 자리잡은 곳으로 모래언덕으로 이루어진 사몌 계곡에 자리잡고 있으며 그곳에서 몇시간 떨어진 곳엔 티벳에서 가장 오래된 건축물로 알려진 윰불라강이 있다. 이러한 사몌를 가는 방법은 크게 2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차를 타고 멀리 돌아가는 방법이고 다른 한 방법은 시간을 절약할 수 있는 방법으로 대부분의 경우에 이용하는 방법으로 차를 타고 갔다가 선착장에서 배를 이용해 얄룽 창포(Yarlung Tsangpo)를 건너 거기서 다시 차를 빌려타고 30분 정도 모래언덕을 지나 사몌로 향하는 방법이다. 우리는 당연히 시간도 절약할 수 있고 선상여행도 즐길 수 있는 후자의 방법을 이용해 사몌로 가서 다음날 차를 이용해 체탕을 거쳐 윰믈라강을 보고 라싸로 돌아오는 루트를 이용하기로 했다.
얄룽 창포를 따라 가다 나오는 선착장에서 차를 멈추고 정박해 있던 허름한 배에 올라 얄룽 창포를 건넜다. 물이 온통 흑탕물이었지만 불어오는 바람과 푸른 하늘과 구름이 기분을 좋게 해줬다. 얄룽 창포를 건너 배를 대고 내리니 모래언덕이 펼쳐진다. 여기서 우린 차를 한대 빌려 사몌에 가기로 했다. 선착장에서 사몌까지는 30분 정도 거리인데 차가 좁아 남자인 나와 훈이 형이 뒷 트렁크에 타기로 했다. 사몌로 가는 길은 모래 언덕의 연속으로 뒷 트렁크에 탄 우리는 비명을 질러댈 수 밖에 없었다. 차가 들썩일 때마다 우리의 몸은 위아래로 출렁거렸고 우리의 허리는 비명을 질러댔다. 사몌에 도착하자 사원이 우리를 맞는다. 티벳 최초의 사원인 사몌 사원이었다. 8세기 후반에 건축되었다고 알려져 있지만 정확한 건축 시기는 알려져 있지 않다. 이 사원도 문화혁명 당시에 많은 손상을 입어 1980년대 중반부터 사원을 재건하고 있으며 지금까지도 진행중에 있다.
사몌 사원의 중심에 자리잡은 우체(대법당)
마니차는 속이 빈 원통에 불교경전 등을 말아넣은 것으로 휴대하며 손으로 돌리는 것부터 엄청난 크기의 다양한 크기가 존재한다. 이 마니차를 한 번 돌리는 것을 경전을 한 번 낭송한 것과 같은 의미로 생각한다는데 과거 문맹이 대부분이었던 티벳인들을 위하여 만들어졌다는 얘기도 있다. 즉 문맹인 사람들이 글을 읽을 수 없어 불경을 읽는 것이 불가능해 불경을 읽는 대신 불경이 담긴 마니차를 돌리면 불경을 읽은 것처럼 불공을 쌓는다는 의미이다. 티벳을 여행하면 티벳인들이 손에 작은 마니차를 들고 계속 돌리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사몌 사원의 정확한 건립시기는 알 수 없지만 대략 8세기 후반경으로 짐작되고 있다. 사몌 사원의 우체(대법당)에서 주변을 바라보면 사몌 사원의 전체적인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데 사몌 사원의 건물 배치는 여타 다른 티벳의 사원들과 그 궤를 달리한다. 사원 건물들의 배치는 우주의 진리를 표현한 만다라를 재현하고 있는데 사원의 중심인 우체가 수미산(=메루산)을 상징하며 그 주변을 둘러싼 부속건물들은 불교 우주관에서 바다, 육지 그리고 지하세계를 의미한다고 한다.
우체 안으로 들어가면 사원과 관련된 여러 인물들인 송첸 감포, 구루 린포체, 트리송 데첸왕 등의 모습을 한 상들을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그 중에서 유독 나의 눈을 끈 것은 아발로키테스바라(천수관음보살)상이었다. 티벳에선 이 보살을 티벳의 수호신이자 달라이 라마를 이 보살의 화신으로 생각하여 티벳 불교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사몌 사원을 둘러보고 우체 입구에서 아직 나오지않은 일행들을 기다리고 있는데 동네 꼬마들이 우리들을 보고 몰려 들었다. 그때 난 레모나를 하나 입에 물고 있었는데 동네 아이들선이 레모나에 닿는다. 아이들의 시선이 내 입으로 자연스레 향하자 아이들에게 레모나를 하나씩 주었는데 아이들은 처음 그 레모나 특유의 새콤함에 얼굴을 찡그렸지만 그 뒷맛에 결국 포장안에 묻은 가루까지 혀로 깨끗이 닦아 먹는데 그 모습이 마냥 재밌었다. 아이들과 조금 놀다가 일행 모두가 나오자 우린 우리가 묶을 티벳인의 집으로 가 여장을 풀었다.
숙소에 여장을 풀고 마을 구경을 위해 길을 나섰다. 편안한 분위기의 사몌는 전형적인 티벳 농촌의 모습이었다.
마을 뒷편의 언덕에 올라 바라본 사몌의 전경. 멀리 사몌 사원이 보인다.
사몌에서 하룻밤을 지낸 우리는 아침 일찍 티벳에서 제일 오래된 건축물인 윰불라강으로 향했다. 사몌에서 윰불라강으로 가기 위해선 얄룽 창포를 따라 난 비포장 도로를 따라 가야 하는데 주변의 풍경이 참으로 멋지다. 모래언덕으로 이루어진 사몌의 이색적인 풍경과 그 반대편의 얄룽 창포의 풍경은 그냥 기분이 좋다.
사몌를 떠난지 얼마 안되어 우리가 탄 차는 멈춰야만 했는데 우리앞을 방목하는 양떼들이 가로막고 서 있었다. 우린 양떼가 지나가기만을 기다려야만 했다.
엄청난 수의 양떼들은 주변 풍광과 함께 장관을 이뤘다.
윰불라강으로 가는 관문인 체탕에 들려 끼니를 대신할 과일을 좀 사고 체탕 부근에 위치한 윰불라강으로 향했다. 윰불라강은 티벳에서 제일 오래된 건축물인데 우리가 사진으로 보던 유럽의 성처럼 산 위에 서 있다. 티벳 최초의 왕인 넨트리 첸포가 하늘에서 줄을 타고 내려온 장소라는 전설이 있다. 윰불라강에 도착하니 윰불라강으로 올라가는 언덕길의 입구에서 티벳인들이 말을 타고 올라가라고 호객행위를 하고 있는 것이 보여 그들과 흥정을 해 말에 오르긴 했는데 언덕길 옆의 경사가 심한지라 올라갈 땐 그럭저럭 괜찮았지만 내려갈 땐 내심 덜덜거리는 마음이었다. 이 윰불라강을 뒤쪽으로 산을 오르면 얄룽계곡의 풍경이 펼쳐진다.
다시 얄룽창포를 따라 라싸로~
라싸에 도착하니 슬슬 저녁때인지라 식사를 하고 들어가려고 숙소로 바로 가지않고 바코르 광장에서 차에서 내렸다. 바코르 광장에 도착해 조캉사원쪽으로 발걸음을 돌리는데 많은 사람들이 하늘을 쳐다보고 있었다. 고대를 돌려 보니 조캉사원 뒤로 무지개가 떠 있었다. 마치 라싸로 무사히 도착한 우리일행을 반가히 마중해주는 거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