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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티벳

샹그릴라로 가는 길, 티벳 여행기 4

  


 사몌를 다녀오고나서 그동안 같이 지냈던 일행이 모두 떠났다. 훈이형은 회사때문에 가장 먼저 한국으로 떠나야 했고 나머지 분들은 내가 그토록 가고 싶었던 카일라스를 향해 떠났다혼자 남겨진 난 멍하긴 했지만 또 다시 다른 사람들과 친해져서 재밌는 시간을 보냈다일행이 떠나고 신세를 졌던 오선생님 방에서 빈둥거리다 이무형 선생님과 함께 간덴 사원에 다녀오기로 했다간덴 사원은 티벳 종파 중에서 가장 큰 종파인 겔룩파(달라이라마가 속한 종파)의 창시자 총카파가 1417년 설립한 사원으로 티벳에서 손꼽히는 사원 중 하나이다이른 새벽에 일어나 6 30분경 버스를 타고 2시간 정도 버스를 타고 꼬불꼬불한 길을 지나 간덴에 도착했다우린 우선 사원 구경 전에 사원 주변을 도는 코라를 따라 걷기 시작했다.


 티벳에서 코라를 돌 때는 시계 향으로 돈다. 티벳 고유의 종교인 뵌교에선 반대로 코라를 돌 때 시계 반대 방향으로 코라를 돈다고 한다. 버스 정류장에서 내려 좌측으로 난 길을 따라 걸으면 이내 아래로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진다.


 코라를 따라 걸으며 우린 그 멋진 풍경에 말을 잊었다. 낮게 깔린 구름 사이로 비추는 태양은 우리 아래 땅을 아름답게 비춰주었다. 마치 우린 천상에서 지상을 내려보는 신선이 된 듯 그 풍경에 취해버렸다.


 당시의 빛을 잊을 수 없을 것이다. 구름 사이로 비추는 빛이 내 시야의 모든 사물을 환상처럼 만들어주었다. 하지만 그 빛은 순식간에 사라져버려 너무나 아쉬워서 마치 순간 꿈을 꾼 기분이었다. 언제 다시 그런 빛을 만날 수 있을까?


 코라를 도는 스님과 티벳인가족. 뒤쪽의 가족은 후에 옆의 언덕을 오르고 나서 친해서 버스 정류장에서 헤어질 때까지 같이 다니기도 했다.


 간덴 사원을 상징하는 것 중의 하나가 꼬불꼬불한 길이다. 버스를 타고 간덴 사원을 가다보면 한참을 이 길을 올라야 한다.


 코라를 돌아 다시 간덴 사원이 보이기 시작한다.


 티벳에서도 몇 손가락에 꼽히는 사원답게 그 규모가 상당하다.



 코라를 돌다 어느 건물에 이르니 갑자기 어린 스님들이 쏟아져 나온다. 한 스님께 어렵사리 물어보니 예불을 드리고 나오는 스님들이라고 한다. 예불드리는 모습을 볼 수 있었던 기회가 몇십분 차이로 내 눈앞에서 사라진 것이다. 아쉬운 마음에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이 다시 걸음을 옮겼다.


사원을 대충 둘러보고 우리는 사원 옆의 언덕에 올라보기로 했다. 그러나 보기엔 분명히 언덕이었는데 올라보니 결코 언덕이 언덕이 아니었다. 아마도 간덴 사원이 해발 4300미터에 위치한 고산지대라 산소가 부족해서 그랬던 거 같은데 언덕은 조금만 올라도 숨을 헐떡이게 만들었다. 우린 걷다 쉬다를 반복해야만 했다. 그러기를 1시간 가량 되어 우리가 산 중턱에 이르렀을 무렵 우린 환상의 풍경을 볼 수 있었다.


 언덕의 중턱에서 쉬면서 여유를 가지고 아래를 내려다 보니 아름다운 풍경이 장관이다. 힘들었지만 이런 아름다운 풍경이 있기에 정상까지 다시 힘을 내서 걸음을 옮겼다. 


점점 시야가 넓어진다. 아래 쉬고 있는 두 티벳 친구들은 우리보다 한참 늦게 출발했는데 금방 우리를 따라잡았다. 티벳에선 꼬마 아이도 우리들보다 날라다녔다. 여기서라면 중국이 브라질을 축구로 꺽는 것도 불가능은 아닐지도... 아르헨티나와 브라질이 월드컵 예선 때 볼리비아 가서 고전하는 거 보면...
 


아름답단 말밖에 이 풍경을 표현할 수 없다. 미치도록 멋진 풍경이었다.



 드디어 정상에 오르니 역시나 티벳 아니랄까봐 오색 타르쵸가 정상에서 펄럭이고 있었다.

언덕 정상에 오르니 티벳인 가족이 우리를 쳐다본다. 아이들과 대화를 시도해보니 다행히 간단한 영어를 할 줄 알아 어설프게나마 대화를 나누며 정상에서 잠깐의 여유를 즐겼다. 이내 라싸로 가는 차 시간이 다가오자 우린 너무나 아쉽지만 천국을 떠나 지상으로 내려가야만 했다. 내려오며 다시 눈앞의 풍경을 음미하며 마음에 담아두었다. 아쉬운 마음으로 주차장에 도착해 티벳 가족과 작별 인사를 나누고 우린 라싸행 버스에 올랐다. 버스가 출발하면 뒤로 멀어지는 간덴 사원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떠나기 너무나 아쉽다. 아쉽다... 아쉬워...



간덴을 다녀온 다음날 난 혼자서 세라 사원으로 향했다. 사원 구경을 위해서 아니라 유명한 티벳 승려들의 토론을 하는 토론의 정원 최라를 보기 위해서였다. 시간에 맞춰 버스를 타고 사람들에게 물어물어 최라에 이르니 나말고도 여러 여행자들이 이미 자리를 잡고 있었다. 조금 기다리니 예정 시간에 맞춰 다수의 승려들이 나오더니 자리를 잡는다.


 티벳 승려들의 토론 모습을 보고 있으면 마치 싸우는 사람들처럼 시끌벅쩍하다. 질문을 하는 승려가 온몬을 이용해 박수를 치며 질문을 하면 앉아서 답하는 승려는 역시 큰 소리로 응답을 한다. 이러한 행위를 반복하다 어느 순간 위치를 바꾸기도 한다. 이 토론을 처음 볼 때는 웃기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나중엔 그러한 생각이 사라질 정도로 그들의 행동 하나하나는 진지했다.


 많은 승려들 중에서도 가장 인상에 남았던 라마승.



 최라가 끝나고 세라 사원을 둘러보지만 이미 티벳에서만 2주가량 지내서 봐 온 것이 사원들이라서 그런지 다 그게 그거 같은 기분에 대충 둘러보고 세라 사원을 나왔는데 이는 아마도 티벳 불교에 대한 내 지식이 짧기에 그러한 생각이 든 거 같다. 좀 더 사원에 대해 공부하고 갔다면 좋았을 거 같은 생각이 지금은 내 머리를 채운다.


 간덴을 같이 다녀왔던 이선생님과 함께 다녀온 티벳 박물관. 티벳의 문화와 역사에 관심이 많은 이라면 꼭 가봐야 할 곳이지만 여행 기간이 짧다면 그냥 패스하길 권한다.


라싸를 떠나기 하루전 마지막으로 드레풍(데뿡) 사원을 가봤다. 날씨가 흐린 것이 참으로 우중충했다. 버스에 내려 사원까진 꽤 걸어야 했고 사원에 도착하니 멀리 산의 커다란 바위에 새겨진 탕카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규묘면에서 손꼽히는 사원이지만 여타 다른 사원에 비해 크게 다른 점은 없었다. 의무감으로 여기저기 구경을 하지만 솔직히 큰 감흥은 없었다. 그래도 왔으니 젤 중요한 건축물들은 빼놓지않고 둘러봤다.


 드레풍 사원의 중심인 건물. 여기서 잠깐 멍을 때리고 있던 때 어느 티벳 아이들이 다가와 사진 좀 찍어달래서 찍어줬는데 가족 중에 꼬마 둘이 내가 한국 사람이라 하니 내게 관심을 드러낸다. 


 이 가족의 안내를 받아 사원을 둘러보니 아까 혼자 둘러볼 때의 느낌과는 달리 즐겁다. 특히 사진엔 안나왔지만 이 아이들의 오빠되는 아이가 간단한 영어를 할 수 있어 참으로 고맙게도 무료했던 드레풍 순례가 재밌게 바꼈다. 나중에 사원을 내려와 버스 타는 곳까지 같이 갔는데 헤어질 땐 꽤나 아쉬웠다. 간덴에서 만났던 가족도 생각이 나고...


 드레풍 사원에서 버스를 타고 다음으로 향한 곳은 포탈라궁이었다. 처음 라싸에 도착했을 때 포탈라궁 앞 광장은 시장자치구 40주년을 기념해 광장주변을 완전히 새로 꾸미는 공사중인지라 출입이 안되었는데 라싸를 떠나지 몇일 전에 공사가 완전히 끝나 떠나기 전에 한번 들렀다. 광장에 서서 포탈라궁을 바라보니 광장의 한가운데 펄럭이는 중국의 오성홍기가 눈에 제일 먼저 들어왔다. 씁쓸한 기분이었다. 과거 경복궁 앞의 조선총독부가 건축되었을 때 그 모습을 보던 우리네 선조의 마음이 어느 정도 이해가 간다. 깨끗하게 정리정돈된 광장엔 많은 이들이 나들이를 나왔지만 내 기분은 그저 아쉬울 뿐이었다.